
솔직히 저는 내장산이 단풍 시즌 매출 1위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이 가장 인기 많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실제 카드 매출 데이터를 보고 놀랐습니다. KB국민카드 분석에 따르면 내장산 인근 상권은 단풍 절정기에 매출이 무려 235% 급증했다고 합니다. 제가 지난해 늦여름에 내장산을 찾았을 때는 단풍을 보지 못했지만, 왜 사람들이 가을마다 이곳을 찾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장산이 단풍 시즌 매출 1위를 기록한 이유
KB국민카드가 전국 16개 단풍 명산 입구 상권의 음식점, 카페, 편의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내장산이 단풍 절정기 매출 증가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출처: KB국민카드). 단풍 절정기 2주간 매출이 그 이전 2주간보다 235% 급증한 것입니다. 여기서 매출 증가율이란 특정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방문객이 몰렸는지를 보여주는 간접 지표입니다.
저도 등산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내장산만큼 단풍 시즌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곳은 드물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동호회 회원들과 이야기해 보면 내장산은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단풍 명소"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곳이었습니다.
내장산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생물다양성 때문입니다. 국내 자생 단풍나무 11종이 서식하고 있어 단일 색상이 아닌 다채로운 빛깔이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빨강, 주황, 노랑이 동시에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북한산도 단풍이 아름답지만, 통계를 보니 북한산은 가을철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아마도 북한산은 사계절 내내 방문객이 고르게 분포하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단풍 시즌만의 특수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산은 국립공원 방문객 수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연중 인기가 높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내장산 다음으로는 주왕산 116%, 오대산 66%, 월악산 50% 순으로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설악산과 지리산도 각각 47%, 45%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내장산의 235%에는 한참 못 미쳤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외부 방문객 비중입니다. 단풍 절정 기간 동안 외부 방문객 비중은 설악산이 92%로 가장 높았고, 오대산 90%, 계룡산 89%, 주왕산 84% 순이었습니다. 이들 산은 평소에도 타지 방문객이 많지만, 단풍 시즌에는 그 비중이 더욱 높아지는 것입니다.
주요 산의 단풍 절정 시기 외부 방문객 증가폭:
- 치악산: 14% p 증가
- 월악산, 내장산: 각 8% p 증가
- 속리산: 7%p 증가
- 주왕산, 소백산, 덕유산: 각 5% p 증가
내장산 단풍 절정 시기와 등산 코스 선택법
산림청이 발표한 당단풍나무 기준 단풍 절정 시기를 보면 내장산은 10월 29일경입니다. 설악산이 10월 23일, 지리산이 10월 31일, 한라산이 11월 1일이니 내장산은 전국적으로 중간 정도 시기에 절정을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출처: 산림청).
제가 내장산을 처음 찾았을 때는 코스 선택에서 실수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능선일주코스(11.7km, 7시간 소요)를 선택했다가 체력 소모가 생각보다 심해서 중간에 포기할 뻔했습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라 자신했는데, 실제 산행은 전혀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내장산의 대표 등산코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일주문에서 시작해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신선봉, 연자봉, 장군봉을 지나 동구리계곡으로 하산하는 능선일주코스입니다. 총 11.7km에 7시간이 소요되므로 체력과 시간 여유가 충분한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둘째는 내장사에서 출발해 가치봉, 순창세재, 상왕봉, 백학봉, 약사암을 거쳐 백양사로 향하는 백양사~내장산 종주코스입니다. 총 12km에 7시간이 소요되며,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처음 방문하거나 체력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는 내장산 전망대 코스나 자연관찰로 코스를 추천합니다. 전망대 코스는 케이블카를 타고 연자봉 중턱까지 이동한 뒤 전망대까지 300m 정도만 걸으면 됩니다. 케이블카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7,000원, 편도 5,000원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합니다.
자연관찰로 코스는 원적계곡을 따라 걷는 코스로, 국립공원 중 최초로 조성된 탐방로입니다. 내장사와 원적암, 벽련암 등의 사찰과 굴거리나무 군락지, 비자나무 군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군락지란 같은 종류의 나무나 식물이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자라는 곳을 의미합니다.
제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을 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내장산의 풍경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서래봉, 연지봉, 망해봉 등이 낙타 혹처럼 능선에 박혀 있고, 그 아래로 초록빛 숲이 펼쳐졌습니다. 단풍 시즌이었다면 그 초록빛이 온통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었을 것입니다.
전망대에서 하산할 때는 굴거리나무 군락지를 지나 내장사까지 약 800m 정도 걸었는데, 2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이 정도면 누구나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코스입니다.
| 내장산 단풍 여행 요약 | |
| 단풍 절정기 | 10월 29일경 (산림청 기준) |
| 추천 코스 | 초보자: 케이블카 이용(전망대 코스), 숙련자: 능선일주코스 (11.7km / 약 7시간) |
| 핵심 팁 | 1.5L 생수 2병, 바람막이 필수, 평일방문 |
등산 준비물과 안전 수칙, 그리고 환경 보호
제 경험상 등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물과 여벌 옷입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탈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산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물은 넉넉히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보통 1.5리터짜리 물통을 두 개 챙기는 편입니다.
겉옷도 필수입니다. 산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바람막이 하나는 챙겨야 합니다. 혈압 조절을 위해 등산을 다니는 저로서는 급격한 기온 변화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해서 자신 있다고 해도 무리한 등산은 절대 금물입니다. 제 주변에서도 과신했다가 심장마비나 열사병으로 응급 상황을 맞은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특히 중년 이상이라면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고, 등산 전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쓰레기 처리입니다.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등산 동호회에서 "쓰레기는 무조건 되가져오기"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일회용 비닐봉지 하나라도 산에 버리면 자연이 분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립니다.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를 가도 가까운 곳에 산이 있어서 등산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서울에서도 버스나 지하철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등을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입니다. 대중교통만으로 국립공원을 오갈 수 있는 나라는 흔하지 않습니다.
저는 혼자 갈 때도 있고 지인들과 함께 갈 때도 있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혼자 가면 자신의 페이스대로 걸을 수 있고, 여럿이 가면 안전하고 즐겁습니다. 특히 내장산처럼 규모가 큰 산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는 게 좋습니다.
내장산은 백제 때 영은조사가 세운 내장사가 있고,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쌓았다는 내장산성, 금선폭포와 용수폭포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내장산은 지리산, 천관산, 월출산, 능가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와 자연경관을 모두 갖춘 곳이 바로 내장산입니다.
내장산의 단풍을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이라면 올해 10월 말쯤 방문 계획을 세워보시길 권합니다. 단, 절정 시기에는 사람이 매우 많으니 평일을 노리거나 이른 아침 시간대를 추천합니다. 저도 다음 단풍 시즌에는 꼭 내장산을 다시 찾아 그 붉은 물결을 직접 눈에 담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들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 성숙한 등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