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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외국인 관광 (공장 골목, 한강치맥, 소통)

by 스토리우 2026.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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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공장 골목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경복궁부터 간다고 생각하셨나요? 직접 겪어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습니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동 대신 성수동 뒷골목을 걷고, 고궁 대신 팝업스토어 앞에 줄을 섭니다. 친구의 초대로 성수동을 방문했다가 이 변화를 피부로 실감하게 됐습니다.

공장 골목이 핫플레이스가 된 성수동, 예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성수동은 학창 시절 친구 집이 있어서 몇 번 와본 동네입니다. 친구 부모님이 식당을 하셔서 가끔 아르바이트도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이곳은 영락없는 공장 지대였습니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다시 찾아온 이곳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친구가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고깃집에 가기 전에 성수동 일대를 한 바퀴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공장단지였는데 지금은 젊은이들이 가득 찬 거리로 탈바꿈했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들도 보이지만 중간중간에 옛 공장들이 보이고 그 공장을 그대로 카페로 변신시킨 곳이 많았습니다. 공장 굴뚝이 있던 자리에 대형 카페가 들어서고, 낡은 철제문 안쪽으로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겉은 영락없이 오래된 공장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재봉틀, 금속 프레스, 각종 공구들이 인테리어 소품처럼 진열돼 있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공장 기계 옆 의자에 앉아 있으니, 묘하게 어울리는 분위기가 납니다. 요즘 MZ세대들이 오히려 이런 레트로 감성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날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이곳은 MZ세대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정말 많이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지역은 도시 재생이라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낙후된 지역에 젊은 상권이 유입되면서 지역 자체가 고급화되었습니다. 성수동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성수동을 포함한 서울 동부 권역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팝업스토어, 인생 네 컷, 한강치맥 — 외국인들이 찾는 건 '한국인의 하루'였다

그날 성수동을 걷다 보니 한 가지 패턴이 보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멈춰 서는 곳은 하나같이 한국 젊은이들이 즐기는 공간들이었습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란 일정 기간 동안만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뜻하는데, 성수동에는 K팝 그룹이나 브랜드와 연계된 팝업스토어가 상시 운영됩니다.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외국인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단순히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굿즈를 손에 들고 인증숏을 찍으며 직접 그 문화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무인 셀프 스튜디오, 흔히 말하는 인생 네 컷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생 네 컷이란 무인 부스에서 직접 조작해 4장의 사진을 찍고 즉석 인화하는 서비스로, 한 장당 4,000원에서 5,000원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찍는 과정이 짧은 영상으로 남아 QR코드로 다운로드도 되는 게 꽤 신기했습니다. 우리 부부도 성수동 방문 기념으로 한 컷 찍었는데, 옆 부스에서 외국인 커플이 설명서를 보면서도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내가 어설픈 영어로 설명을 해줬고, 덕분에 그 자리에서 짧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아내는 이곳에서도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아내가 성수동이 요즘 핫한 지역이라는 것, 근처에 맛있는 빵집이 있다는 것도 알려줬습니다. 어느 외국인은 주변에 관광하기 좋은 곳을 물어보길래, 고궁을 추천하고 싶었지만 성수동 근처에는 고궁이 없어서 한강시민공원을 추천했습니다. 한강 공원 편의점에서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눈이 동그래지는 반응이었습니다. 배달 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해 잔디밭에서 먹는 이른바 한강치맥 문화도 알려줬더니 추천해 줘서 고맙다며 같이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이날 몸소 확인한 외국인 관광 트렌드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팝업스토어 투어: K팝 관련 굿즈 체험과 SNS 인증숏 촬영이 목적. 성수동이 대표 거점으로 자리잡음
  2. 무인 셀프 스튜디오(인생 네 컷): 즉석 인화 사진으로 여행 기념을 남기는 방식. 글래드 호텔 등 숙박시설에도 부스가 설치될 만큼 수요가 높음
  3. 한강치맥 및 배달 문화 체험: 배달 앱(delivery app) 이용 건수가 2023년 대비 2024년 175% 증가할 만큼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짐
  4. K팝 댄스 클래스: 외국인 수강생으로만 꽉 찬 댄스 스튜디오가 생길 정도로 수요가 급증. 메이크업·뮤직비디오 촬영 패키지로 구성된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됨
  5. 증명사진 및 한복 체험: 한국관광정보업체 크리에이트립 기준, 2023년 상반기 방한 관광객 검색어 1위가 '한복', 2위가 '사진관'이었으며 한복 거래건수는 540% 증가

이 수치들은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하고 싶은 것이 '역사 탐방'에서 '일상 체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Visit Korea)

언어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소통은 됐습니다

저도 한국어와 영어를 뒤섞어가며 외국인과 대화했는데, 의사소통이 되는 게 저도 신기했습니다. 언어 교환(language exchange)이란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상대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배우는 방식을 말합니다. 골목에서 즉흥적으로 그 상황이 벌어진 셈이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지만 의사소통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만난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이 순간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친구 부모님 드리려고 준비한 떡 케이크처럼, 사소하지만 진심 어린것들이 오래 남는 법이니까요. 콘텐츠 마케팅(content marketing), 즉 K팝이나 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외국인들을 성수동 골목까지 끌어들인 것이라면, 그 이미지를 직접 사람과의 만남으로 확장하는 건 우리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수동은 이제 공장 지대가 아닙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보고 직접 찾아오는 문화 거점이 됐습니다. 고궁보다 팝업스토어, 가이드북보다 유튜브를 선택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성수동 같은 지역의 일상 문화가 앞으로도 한국 여행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수동을 아직 안 가보셨다면, 친구 초대를 핑계로라도 한번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막상 가보면 저처럼 예상 밖의 장면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됩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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