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가 국내 최고 관광지라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일까요?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제주도를 다시 방문하면서 그 믿음에 큰 균열이 생겼습니다. 2년 전 50만 원이면 충분했던 여행 비용이 올해는 100만 원이 들었으니까요.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은 826.6% 급증했지만, 내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11.4% 감소했습니다. 이런 극명한 대조는 제주도 관광의 심각한 문제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제주도 물가 충격, 2년 만에 두 배가 된 여행 경비
일반적으로 제주도는 비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2년 전 우리 부부는 3박 4일 제주 여행을 계획했을 때 1인당 50만 원을 준비했습니다. 비행기값, 렌터카, 숙박비, 식비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었는데 당시에는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렌터카 비용은 오히려 평범한 수준이었고, 공항 근처에서 예약해서 이동하는 데도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겨울에 다시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똑같은 3박 4일 일정에 정말 많은 여행비용이 소요됐습니다. 2년 만에 여행 경비가 두 배로 뛴 겁니다. 특별히 사치를 부린 것도 아니고 평범한 관광객 수준으로 소비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체감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내내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었습니다.
여기서 CPI(소비자물가지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CPI란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제주도의 체감 물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제주 여행비는 1인당 평균 57만 5000원으로 전국 평균의 2.2배였습니다(출처: 컨슈머인사이트). 2023년 여름휴가철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8.1% 감소한 49만 원을 썼다고 하는데, 저의 실제 경험은 이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제주도까지 왔으니 유명 관람지도 가보고 토속음식도 먹어야 하는데, 가격표를 보는 순간 망설여집니다. 흑돼지고기 한 접시가 5만 원을 넘고, 해산물 요리는 기본이 10만 원대입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도 놀랐습니다. 제주도는 섬이라 유조차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야 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육지보다 리터당 200원 이상 비쌉니다. 처음 제주 주유소를 이용하는 분들은 가격에 깜짝 놀랄 겁니다.
비싼 것보다 더 문제는 가격 대비 만족도입니다. 제주도의 물가와 상도의 평가는 2023년 기준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저 역시 비싼 돈을 내고도 서비스의 질이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여러 번 느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차라리 같은 돈이면 일본을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내국인이 저와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 항목 | 부담 요인 | 비고 |
| 유류비 | 육지 대비 리터당 200원 이상 고가 | 도서 지역 물류비 가중 |
| 식비 | 흑돼지, 해산물 등 토속 음식 가격 급등 | 1인 식사 기피 및 높은 단가 설정 |
| 대체재 | 일본, 동남아 여행 비용과 유사 | "그 돈이면 해외 간다"는 인식 확산 |
관광객 감소와 공실률 증가, 제주 상권의 공동화 현상
제주도의 고물가 논란은 단순히 여행객 불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제 통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1~25일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92만 2598명으로, 전년 동기 104만 1748명보다 11만 9150명 감소했습니다(출처: 제주관광협회). 외국인 관광객이 6만 명 이상 늘었어도 내국인이 12만 명 가까이 줄면서 전체 관광객이 감소한 겁니다.
이런 현상을 관광업계에서는 'NO 제주' 보이콧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보이콧(Boycott)이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소비자 운동을 의미합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재팬'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렌터카 업체에서는 노재팬보다 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제가 여행할 당시에 제주시와 서귀포시 중심가를 걸어보면서 이 심각성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젊은이들로 북적이던 상권에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 상가였습니다. 임대를 구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고, 오픈한 지 1년도 안 된 식당들이 문을 닫은 모습도 여러 번 봤습니다. 이는 제주 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관광객의 감소와 높은 임대료가 상가의 공실률을 높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실률(空室率)의 상승은 상권 붕괴의 명확한 신호입니다. 제주도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건물주들도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임대 광고는 늘어나는데 임대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공실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낮추는 순간 다시 건물 가치는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임대료를 낮출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제주도는 특수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그때 벌어들인 돈에 눈이 멀어 바가지요금을 받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뜨린 결과가 지금의 참담한 현실입니다. 제주도를 여행한 사람들의 만족도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2023년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제주도는 1000점 만점에 723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4점이 하락한 수치입니다. 특히 물가와 상도의 평가가 전국 최하위로 떨어졌습니다.
제주도 여행지의 상권회복을 위한 노력
제주도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이런 노력으로는 큰 성과를 보기 힘들 것입니다. 제주도 의회는 관광지 물가 실태 조사를 추진하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제주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입을 위해 환영 주간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획기적인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회복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저 역시 다음 여행지를 고민할 때 제주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왜냐하면 100만 원을 쓰면서 불편함과 불만을 감수하느니, 그 돈으로 일본이나 동남아를 다녀오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스카이스캐너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 80%가 2024년에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제주도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제주도로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도의 몰락은 순식간에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제주도가 다시 국내 최고 관광지로 자리 잡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물가를 조사하고 바가지요금을 단속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광객을 호구로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획기적인 관광 시스템을 만들고, 상인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객을 한 번 오고 다시는 안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 계속 찾아올 수 있도록 소중한 고객으로 대해야 합니다. 제주도는 현재 고물가라는 그늘에 가려져서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라는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주도가 변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방문할 날을 기다려봅니다.
제주만의 대체 불가능한 매력(자연경관 등)이 고물가라는 장벽에 가려지는 것이 안타깝다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2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