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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미지 (경복궁, 은평한옥마을, 일본사람들)

by 스토리우 2026.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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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외국인 관광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말에 아내와 경복궁 나들이를 갔다가 외국인 인파에 그만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많아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숫자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건 완전히 달랐습니다. K콘텐츠가 만들어낸 국가 이미지(Country Image)의 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숫자의 의미, 경복궁과 명동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발표한 '2022 국가이미지'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79.3%로 나타났습니다. 국가이미지(Country Image)란 특정 국가에 대해 외국인이 전반적으로 형성하는 인식과 감정의 총합을 뜻하며, 관광 산업과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입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별로 보면 필리핀(92.6%), 이집트(90%), 브라질(85.8%), 러시아(82.6%) 순으로 긍정 평가가 높았습니다. 한국에 어울리는 이미지로는 '현대적인', '선진국의', '성장하는' 같은 단어들이 꼽혔는데, 이것만 봐도 우리나라가 어느새 상당한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갖게 됐다는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파워란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하드파워와 달리, 문화·가치관·외교로 다른 나라를 끌어당기는 무형의 영향력을 말합니다.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서는 한국 하면 떠오르는 연상 이미지 1위로 K-팝(14.3%)이 6년 연속 자리를 지켰고, 한식(13.2%), 한류스타(7.4%), 드라마(6.6%), IT제품/브랜드(5.6%) 순이었습니다. 응답자의 60.3%는 K-콘텐츠를 경험한 뒤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는데, 콘텐츠 하나가 국가 이미지를 바꾼다는 게 이제 통계로 증명된 셈입니다.

K-콘텐츠가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눈에 띕니다. 아래는 K-콘텐츠 경험 이후 나타난 소비자 행동 변화 수치입니다.

  1.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으로 변했다: 60.3%
  2. K-콘텐츠가 한국 제품·서비스 구매에 영향을 미쳤다: 57.1%
  3.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도 한국산이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 37.2%

문화가 곧 마케팅이 되는 시대가 됐다는 걸, 이 숫자들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통계보다 현장이 더 강렬했습니다. 아내와 주말 데이트 삼아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를 걸었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외국인이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은 그냥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같은 경우, 경복궁을 찾아갈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오히려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누리는 모습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한국관광정보업체 크리에이트립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관광객들 사이에서 검색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한복'과 '사진관'이었다고 합니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행위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 체험 콘텐츠(Cultural Experience Contents)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명동에서는 더 인상 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와 명동 시내를 걷고 있는데 외국인 한 분이 저희 부부에게 서툰 한국어로 길을 물어온 것입니다. 영어로 물어봐도 되고, 번역 앱을 켜도 되는데 굳이 한국어로 물어보는것 이었습니다. 억양이 서툴러도 말하려는 진심이 느껴졌고, 저희도 자연스럽게 온 마음을 다해 길을 자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오히려 저희가 번역 앱을 꺼내 더 정확하게 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서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신호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일본 여행을 갈 때 기본적인 인사말과 식당 주문 문장을 외우고 가는데, 어설픈 일본어라도 쓰게 되면 일본 분들이 확연히 더 친절해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외국인이 서툰 한국어로 길을 물을 때 우리가 왠지 더 정성껏 대답하게 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심리라고 생각합니다.

은평한옥마을에서 아쉬웠던 한 가지

저희 부부가 자주 찾는 곳이 은평 한옥마을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데다, 한옥마을 안 카페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전경이 정말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그 풍경을 봤을 때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습니다. 전통 한옥의 기와지붕 너머로 북한산 능선이 펼쳐지는 모습은 어떤 필터도 필요 없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 전경을 놓치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옥의 담장과 지붕 앞에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고, 바로 SNS에 올리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담장에서 고개를 살짝 들기만 해도 북한산의 험준한 산세가 병풍처럼 한눈에 들어오는데, 눈앞의 한옥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 뒤의 절경까지는 시선이 닿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그 자리에서 외국인들한테 "고개 한 번만 들어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헤리티지 투어리즘(Heritage Tourism)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중심으로 한 여행 방식으로, 단순히 시각적인 배경을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와 자연을 함께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은평한옥마을은 헤리티지 투어리즘의 관점에서 볼 때, 한옥 건축과 북한산 자연이 동시에 살아있는 꽤 드문 공간입니다. 외국인들이 SNS 콘텐츠를 위한 배경으로만 소비하기엔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인프라도 함께 갖춰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날 처음 했습니다.

한국을 가장 부정적으로 보면서 가장 많이 찾는 일본사람들

2022 국가이미지 조사에서 한국에 가장 부정적인 나라는 일본이었습니다. 긍정 평가율은 37.6%에 부정 평가는 30.6%였는데, 한국에 두 번째로 부정적인 중국(긍정 66.6%, 부정 14.8%)과 비교해도 부정 평가 비율이 월등히 높았습니다.(출처: 해외문화홍보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었습니다. 66만 6천여 명으로 전체 방한 관광객의 약 20%를 차지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최다 방한 관광객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일본이라는 나라를 마냥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행지로서의 일본은 솔직히 매력적입니다. 국가 간 역사 문제와 여행 취향은 별개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젊은 세대가 K-팝과 K드라마에 빠져들면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기성세대와 다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한국의 부정적 국가이미지 요인 1위는 '정치 상황'(57.2%)이었고, 일본의 경우에도 '정치 상황'(69.5%)을 가장 큰 부정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반한감정(反韓感情)이 실제 여행 선택에는 생각보다 큰 장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대립하면서도 서로 끌리는 관계처럼 보이고, 그 긴장 속에서 문화는 정치를 앞질러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복궁 담장에서 한복을 입고 웃는 외국인을 보면서, 또 명동 골목에서 서툰 한국어로 길을 물어오는 외국인을 만나면서 저는 K콘텐츠의 힘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숫자로 보면 외국인 5명 중 4명이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건데, 그 숫자가 경복궁과 명동과 은평한옥마을에 사람의 형태로 와 있는 셈입니다. 이미 한국을 다녀갔다면 한 번쯤 우리 동네 한옥마을을 다시 둘러봐도 좋을 것 같고, 아직 가보지 못했다면 외국인들이 줄 서는 그 장소들을, 이번엔 우리가 먼저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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