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검색하다가 "와, 이 가격이면 커피값이네!"라고 생각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와이프와 함께 1년에 두세 번씩 제주도를 찾는데, 매번 특가 항공권을 검색하며 그런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제 단계로 넘어가면 처음 봤던 가격의 두 배 가까이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이런 행위를 한 국내외 항공사 12곳을 적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미끼상품처럼 느껴지는 항공권 광고의 실체
2023년 9월, 국토교통부는 국내외 71개 항공사 홈페이지를 불시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12개 항공사가 항공권 총액표시제(Total Fare Display)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항공권 총액표시제란 소비자가 항공권을 비교하거나 선택할 때 노출되는 가격 정보를 실제 지불해야 할 총액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순수 운임뿐 아니라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 공항시설사용료 등을 모두 포함한 최종 금액을 처음부터 보여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적발된 항공사 중에는 국적사인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와 외항사 9곳이 포함됐습니다. 저도 과거에 티웨이항공 사이트에서 제주 노선 표를 검색하던 중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항공사들이 출혈 경쟁을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니 각종 추가 요금이 붙어 처음 본 금액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미끼상품을 진열해 놓고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할 때는 정상요금을 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방식은 소비자를 착각하게 만드는 행위가 맞지만, 저는 어쩔 수 없이 결제를 했습니다.
다른 비행시간을 찾기에는 여행일정이 촉박했고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를 찾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가격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 항공사의 경우 대구-제주 노선 운임을 7,900원으로 표기했지만, 결제 단계에서 유류할증료 7,700원과 공항 이용료 4,000원이 추가돼 총 19,600원을 내야 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광고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던 셈입니다.
B 항공사는 인천-마카오 노선 총액이 15만 4,900원인데도 '선착순 10만 원'이라고 광고했다가 적발됐고, C 항공사는 아예 편도와 왕복 여부조차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가 편도 요금을 왕복 요금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건 소비자를 기망하는 행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추가요금이 쌓이면 대형 항공사와 비슷한 수준
저가항공사(LCC, Low-Cost Carrier)를 이용하면서 가장 억울했던 경험 중 하나는, 각종 추가 요금을 다 합치니 결과적으로 대형 항공사 요금과 비슷해진 경우였습니다. 위탁 수하물 운임을 따로 지정하고, 사전 좌석 지정 비용을 추가하고, 유류할증료와 공항 이용료까지 더하면 저가항공사 티켓이 대형 항공사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차피 비슷한 금액을 지불할 거라면 처음부터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는 편이 나았을 텐데, 그 사실을 결제 직전에야 알게 되니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피해 사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광고 화면에서 본 항공권 가격: 7,900원 (대구-제주 편도)
- 결제 단계에서 추가된 유류할증료: 7,700원
- 결제 단계에서 추가된 공항 이용료: 4,000원
- 최종 결제 금액: 19,600원 (광고 가격 대비 약 2.5배)
실제로 저가항공사의 티켓을 구매했는데 각종 요금이 추가로 붙는 경우가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대형항공사의 항공권 비용과 비슷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비슷한 금액을 지불했는데 저가항공을 탑승할 줄 알았으면 그냥 지불할 비용 다 지불하고 대형항공사를 이용하지 못한 걸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비행기에 탑승해 보면 저가항공사와 대형 항공사의 승차감 차이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저가항공사 비행기가 더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고, 기내 좌석 간격도 좁아서 장거리 노선이라면 불편함이 더 컸습니다. 제주도처럼 짧은 국내선이라면 참을 만하지만, 어차피 비슷한 금액을 낸다면 좀 더 편한 환경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태료 200만 원은 너무 약한 처벌 아닐까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적발된 12개 항공사에 각각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 금액이 항공사 입장에서 얼마나 큰 부담이 될까 싶습니다. 대형 항공사는 물론이고 저가항공사조차 연간 수십억,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서 200만 원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습니다. 이 정도 과태료로는 항공사들이 행동을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영국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오인을 유도하는 광고로 인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제약되지 않도록 항공사의 총액 표시제 이행을 엄정하게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엄정한 관리를 위해서는 과태료 수준을 현실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누진적으로 부과하거나,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물리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경우 소비자 보호 위반 시 매출액 대비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제주도가 와이프에게는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라서 우리 부부는 제주도를 자주 여행합니다. 특별한 관광지를 찾기보다는 숙소에서 여유롭게 지내거나 사려니 숲길, 머체왓 숲길 같은 제주만의 독특한 숲길을 걷는 게 우리 여행의 전부입니다. 길게 뻗은 삼나무 숲을 걸을 때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불경기라고 해도 이런 소소한 여행은 포기하고 싶지 않기에, 저희 같은 소비자들은 항공사의 특가 요금을 수시로 검색하고 비교 사이트를 뒤지며 최대한 가성비 있게 여행을 즐기려고 애씁니다.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역이용해 미끼상품을 내거는 항공사의 행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항공권 총액표시제 위반은 단순히 가격 표시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저처럼 여행 일정이 촉박해서 어쩔 수 없이 결제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이런 경험이 쌓이면 해당 항공사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부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특가 항공권을 볼 때는 반드시 최종 결제 금액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 참고: https://www.tourtoctoc.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2